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아날로그 필름같은 느낌의 달달한 로맨스 영화를 찾고 계신다면 넷플릭스 영화 '패스트 라이브즈'를 추천 드립니다. 영화를 다 보고서야 알았지만 어린시절 캐나다로 이민을 갔던 '셀린 송'감독의 데뷔작이자 그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실화기반의 로맨스 영화입니다.
단순한 로맨스 영화로 표현하기는 조금 부족한데 인연과 그 인연의 시간이 서로 달리 흘러가는것에 대한 깊은 고찰에서 시작한, 아름답지만 동시에 곧 땅에 떨어질 운명을 가진 단풍같은 사랑을 담은 영화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.
사랑은 8천겁(劫)의 인연
불교 사상에서는 부부의 연을 8천겁에 비유합니다. (영화에서는 꼭 부부의 연이라고는 언급하지 않지만) 저는 이것을 8천번의 환생이라고 받아들였는데 찾아보니 생각보다 더 오랜 시간입니다. 겁이란 1,000년에 한 번 떨어지는 물방울이 약 15km의 바위를 뚫는 시간이라고 하는데(어마어마하네요) 그 비유만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오랜 시간을 의미합니다.
또 다른 의미로는 하늘과 땅이 한 번 개벽(세상이 생겨남)한 때부터 다음 개벽할 때까지의 동안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우리가 쉽게 인지 하지 못할만큼의 시간개념인 '겁'속에 담은 인연의 쓸쓸함, 동시에 그것의 끊어지지 않는 단단함과 아름다움을 느린 호흡으로 잘 풀어낸 영화라고 생각됩니다.
실화 기반의 과거의 삶들(패스트 라이브즈)과 재회
영화는 어리지만 아픈 이별을 했던 남녀를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우연한 기회로 다시 만나게 합니다. 아니면 이미 서로 묶여있는 인연의 실을 서로 당겨서 만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.
감독인 '셀린 송'은 국내에서 유명한 영화 '넘버3'(1997년 개봉 / 한석규, 최민식, 이미연, 송강호, 박상면 출연)와 '세기말'(1999년 개봉 / 김갑수, 이재은, 차승원)을 연출했던 '송능한' 감독의 딸로 어린시절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로 이민을 갔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가 바로 첫 데뷔작인 '패스트 라이브즈' 입니다.
한국과 뉴욕(캐나다로 이민을 갔지만 뉴욕에서 사는 여주인공)이라는 물리적인 거리와 심리적인 거리를 참 아름답게 풀어 냅니다. 언급한 물리적인 거리가 먼 만큼 심리적인 거리도 좁혀지지 않는데 결국은 다시금 만나게 되는 과정에서의 드라마가 묘한 감정을 만들어 냅니다.
감정선과 시각적 표현
이 영화의 또다른 강점은 마치 아날로그 필름을 보는듯한 느낌을 섬세하게 표현한 점입니다. 느린 호흡으로 배우들의 감정을 천천히, 하지만 복잡하고 강렬하게 표현하는데 그 호흡이 답답하기도 또 두근거리기도 합니다. 저는 개인적으로 극중 여주인공인 '노라 문'(문나영 분 / 그레타 리)이 일하고 있는 뉴욕의 배경이 한국의 여느 동네와 같이 표현되는 점이 참 좋았습니다.
앞서 언급한 물리적, 심리적인 거리가 멀지만 주인공이 서로 생각 하는 것 처럼 생각보다 우리는 가까이 있다는것을 표현 한 것만 같았습니다. 또 의도한건지는 모르겠지만 허드슨강을 배경으로 산책하는 장면에서도 '어라 마치 한강과 같다' 라고 생각 했습니다. 혹시라도 감독이 실제로 의도한 부분이라면 제가 기분이 좋을 것 같습니다.
완벽하게 적중한 캐스팅
영화를 보는 내내 캐스팅이 너무나 적절하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했습니다. 한국계 미국인인 그레타 리가 연기하는 '문나영'은 어린시절 한국을 떠난 이민 2세에 너무나도 딱 들어맞았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연기 또한 물론 훌륭했고요.
그리고 처음에는 독일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던 '유태오'(정해성 분)가 한국에 남은 한국인 역할을 한다는게 사실 조금 의아했지만 영화를 보니 그의 눈빛이나 연기선이 또 너무너무 딱딱 들어맞아서 감동이 배가되는 요소가 되었습니다.
두 배우의 다른 작품을 꼭 보아야 겠다는 결심이 들 만큼 인상적인 연기였습니다.
결론
느낌이 비슷한 영화들은 얼마든지 있지만 구태여 '이런점이 비슷하다' '이런점은 다르다'라고 비교하고 싶지 않습니다. 이 영화 하나로 참 잘 만들어진 작품이고 본지 얼마 안된 지금은 소중한 느낌마저 드네요. 끝날때 이번 생에서는 서로 인연이 아니라고 인정하며 다른 생에서 또 만나게 될 것을 확신하고 '그럼 그때 봐'라고 하는게 개인적으로 정말 감동적인 포인트였습니다.
살랑살랑한 느낌의 발랄한 로맨스물과는 거리가 있지만 충분히 다른 느낌으로 감동이 있는 넷플릭스 영화 '패스트 라이브즈' 추천 드립니다.